미래문명원을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문명은 삶에 대한 열정의 표현입니다. 생존과 번영을 향한 인류의 끊임없는 염원과 사유, 의지와 노력이 인간의 존재기반인 인류문명을 만들어 왔습니다. 오늘의 현대문명도 그러한 열정의 산물입니다. “보고 싶고 알고 싶고 표현하고 싶어하는” 르네상스인. 그들의 욕망과 함께 구축된 현대사회는 전통과 인습, 계율과 명령의 중세를 넘어 더 나은 삶과 미래를 지향했던 '인간선언'의 실천적 결과입니다. 르네상스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전승돼 내려오는 이와 같은 정향은 그 왜곡과 굴절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범지구적 추세로 정착돼 왔습니다. 인간의 물리적 안위와 번영을 지향했던 산업사회, 생산과 교환, 이윤의 호혜를 상정한 현대시장, 지속 가능한 성장과 사회통합에 필수적이라 여겨지던 민주주의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열정의 제도적 표현이었습니다. 오늘의 경제담론은 말합니다. "생존과 번영, 성장과 발전을 위해선 효율과 능률, 기능성과 전문성, 경쟁력이 필수적이다." 오늘의 정치담론은 말합니다. "현대의 역동적 삶을 지속 가능케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제도적 실현이다." 그러나 탈냉전과 함께 더욱 널리 회자되고 있는 이러한 시대담론은 르네상스 이후 줄곧 꿈꿔온 '인간의 인간시대'가 과연 열릴 수 있을 것인지 회의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특히 삶과 생존을 둘러싼 개인과 개인, 사회와 사회, 국가와 국가 간 투쟁과 경쟁이 최근 세계화의 추세와 함께 날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인간이 스스로 만든 체제와 제도의 부품으로 전락해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한 현대 지성의 대응은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나는 ‘신의 죽음’ 이후 대두된 ‘주체의 죽음’에 대한 담론으로, 현대사회의 탈중심적 경향에 주목합니다. 이에 따른 현대의 거대 담론과 권력의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또 다른 흐름은 현대성의 제도적 성찰과 반성을 주문합니다. 현대의 제도적 성찰과 반성, 대안 모색을 통해 현대사회의 근본 문제인 인간 실현(human empowerment)이 가능하다고 보는 시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해체 담론과 제도 성찰을 통해 과연 인간소외와 인간부재, 배제와 패권의 현대적 아포리아가 해결될 수 있을지 회의적입니다. 미래문명원은 인성(humanity)과 공동체 질서(governance)의 새로운 성찰을 통해 인간이 역사문명의 주체로 거듭나는 '인간적인 인간사회,' 자유로운 표현과 소통, 상호 신뢰가 정착되는 '지구협력사회'를 지향합니다. “정신적으로 아름답고,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인간적으로 보람 있는” 미래문명을 꿈꾸며 사회담론과 지구행동의 유기적 결합을 모색해가고자 합니다.